테크소식

애플,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Canoo)와도 작년에 협상

런홈즈 2021. 1. 15. 01:18

스케이트보드 방식의 전기차 모듈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카누(Canoo)와 애플(Apple)이 2020년 상반기에 전략적 협업을 위한 회동을 가졌다고 합니다. 미 IT 전문 매체인 더 버지(The Verge)의 단독 보도로 알려진 이 소식은 시점상 애플이 현대차와 전기차 사업에 대한 협력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에 더해서 애플의 향후 행보에 대한 궁금증을 더 커지게 만드는 소식입니다.

 

애플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IT 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여기서 더 규모의 확장을 노리려면 결국 테슬라처럼 전기차(EV) 사업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삼성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드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겠지만 과거 삼성자동차 투자 실패에 대한 경험도 있고 사업 분야가 완성차 보다는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 공급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사업 진출을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럼 카누라는 전기차 스타트업(Starup)의 어떤 부분이 애플로 하여금 투자 또는 더 나아가 인수까지 고려하게끔 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이 회사가 '스케이트보드(Skateboard)'라는 확장성을 갖춘 전기차 플랫폼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플랫폼은 여타 전기차 스타트업이나 대형 자동차 메이커들이 개발한 플랫폼과는 달리 자동차에 더 많은 전자 장치들의 통합이 가능하고 승차 공간의 설계 유연성이 훨씬 높다고 합니다.

 

특히 아직 업계에서는 널리 채택하고 있지 않은 스티어-바이-와이어(steer-by-wire) 기술을 채택하고 있는데 덕분에 설계 유연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스티어-바이-와이어 기술은 물리적인 기계 연결로 자동차 핸들을 돌려 바퀴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 모터 구동을 통해 방향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카누(Canoo) 홈페이지 제공

 

카누의 스케이드보드 플랫폼

 

실은 카누가 애플로부터의 투자에 더 관심이 컸다고 하는데 결국은 협상이 결렬됐습니다. 카누는 2020년 하반기에 백지 수표 펀드와의 합병, 즉 SPAC 형태로 나스닥(NASDAQ)에 상장됐습니다. 한편 애플은 최근 몇 년간 모빌리티 분야에서 2019년 Drive.ai를 포함해 적어도 한 번 이상의 기업 인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애플도 그렇고 카누도 그렇고 어떠한 형태의 전략적 협업 및 파트너십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애플이 카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식은 빠르면 2024년에 자율 주행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현대와 협상 중이라는 보고가 나오면서 나왔습니다.

 

애플의 코드명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자동차 프로젝트가 수년에 걸쳐 진행돼 왔는데 그간 여러 번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애플이 이제는 자율 주행 전기차를 만드는 데 다시 초점을 맞추고, 기술 설계 및 제조와 같은 것을 아웃소싱하기 위해 카누처럼 작은 전기차 스타트업과 더불어 현대와 같은 대규모 제조사와 회의를 갖고 있는 모습들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현대와 카누는 이전에 2020년 2월 전기 자동차를 공동 개발할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프로젝트는 애플과의 협업을 위한 협상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카누는 최근 미국 증권 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에 제출한 현대와의 파트너십을 "소규모 전기 자동차"에 동력을 공급할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는 "엔지니어링 서비스 계약"으로 언급했습니다. 하자만 카누는 현대로부터 어떤 계약 대금 수취 여부는 물론이고 해당 프로젝트의 시작 여부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카누는 다수의 BMW 전직 임원들을 포함하여 2017년 말 당시 경영난을 겪고 있었던 전기차 스타트업 패러데이 퓨처(Faraday)에서 분리된 소규모 그룹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설립 자금은 중국 공산당 서열 4위였던 지아칭린의 사위로 알려진 중국계 투자자와 애플에 터치 스크린 기술을 공급하는 대만 기술 회사 TPK를 소유한 가족의 투자로 조성됐습니다.

 

카누는 배달용 밴(Van)이나 푸드 트럭과 같은 상용 전기차와 구독 방식으로 판매되는 승용차용 밴을 만들 계획입니다.

카누의 모든 차량은 동일한 확장 가능한 스케이트 보드 기술로 구동됩니다.

 

애플과의 협상 시점은 카누가 2019년 첫 번째 프로토 타입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1억 8,230만 달러를 소진하고 2020년에 들어 은행 잔고에 2900만 달러밖에 남지 않았던 결정적 시기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카누는 2019년과 2020년에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중국 및 여타 지역의 다양한 기업들과 미팅을 가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금 수혈에 대한 협의는 대부분 결렬되고 마는데, 정부의 코로나 대유행 급여 보조 지원금으로 700만달러를 대출받았으며 애플과 회담을 가진 즈음에 중국 투자자(Pak Tam Li)와 TPK 오너 패밀리(Chiang)로부터 1500만 달러를 지원받았습니다. 

 

또한 백지 수표 펀드인 헤네시 캐피탈(Hennessy Capital Acquisition Corp. IV)과 2020년 하반기에 협상을 시작해 특수목적 인수회사(SPAC)를 사용해 단기에 상장을 이루게 된 스타트업 대열에 합류합니다. 나스닥 상장이 성사되자 다시 TPK 오너 패밀리는 8,0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했고 회장으로 취임할 임원도 3,500만 달러를 투자합니다. 2020년 말에 나스닥 상장이 완료됐을 땐 약 6억 달러의 자금을 쥐게 되었습니다.

 

카누가 2020년 초 절박했던 자금 조달은 모두 이뤘지만 그렇더라도 애플과 같은 거대 기업과의 협업에 대한 열망이 누그러진 것은 아닙니다. 최근 SEC 공시 내용에서도 카누는 "기술 및 자체 사용 제품에 대한 엔지니어링 전문 노하우를 활용하는 데 관심이 있는 다른 여러 우량 업계 관계자들과 현재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래는 카누의 나스닥 거래 시세 그래프인데 애플과의 협업 소식으로 주가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향후 전기차 시장이 테슬라나 애플 그리고 대형 자동차 메이커들처럼 기술력과 거대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의 주도로 재편이 될 텐데 카누가 그 틈바구니에서 어떤 행보를 택할지 귀추가 주목이 됩니다.

 

카누 주식 시세 그래프 (출처 : 구글)